신수동 근생 신축현장 비계해체

지난 토요일 신수동 근생 신축공사 현장의 비계가 해체되고, 드디어 온전한 매스감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비계를 벗기자 작년 10월 중순 토지매입 전 사전답사때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계단실과 옥탑이 시간차를 두고 조잡하게 증축되어 있고, 지금은 없어진 도로사선의 영향으로 4층부터는 건물 전면이 사선으로 누워있어서 리모델링을 한다면 부분철거와 부분증축이 이뤄져야 하는 어려운 컨디션의 대지였다.

<231013 현장답사 체크리스트>
– 제2종 일반주거지역기준으로 준공되었고 추후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편입되어 약 10%의 건폐율 이점이 있었기 때문에 리모델링시 면적의 이점이 있음
– 현재는 도로사선제한이 없기 때문에 4층 전면외벽을 부분철거하고 새로 만들어야 함
– 근생으로 용도변경을 해야하므로 전면 일부를 통창으로 개방
– 2023년 하반기 일조사선기준에 관련된 건축법이 개정될 예정 (9m → 10m)
– 건물 전면 우측면 통신지주 소유주 및 지중화 가능성 체크
– 신축시 해체허가대상인지 확인
– 건물이 오래되었으므로 추후 경계측량하여 건물 배치 확인

<일조사선을 받는 면의 내부모습 / 불법증축된 옥탑으로 연결된 철제계단>

<4층 내부모습 / 습기로 곰팡이가 많았던 지하층 화장실>

<불법증축된 옥탑방 / 3층 일조사선 받는면의 실내모습. 렉산으로 조악히 덮혀있다>

건물의 준공연도가 오래되었고 일조사선, 도로사선 등의 제한으로 인해 평면구성이 좋지 않았으나 사선의 느낌을 잘 살리면 오히려 재미있는 구조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건물이 공실로 방치된 기간이 길다보니 관리가 안 된 부분이 있었지만, 이런 오래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건물을 탈바꿈하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또한 건축의 큰 가치이다.

명도는 1층의 가정집 한 집을 제외하고는 완료되어 있었고, 해당 임차인도 곧 퇴실예정이어서 토지매입 후 건축사와 구조기술사 등 현장체크를 하기에 용이했다.

계획 초기에는 좁은 골목의 느낌을 살리면서 외관 일부를 개선하고, 내부 칸막이벽 또한 부분철거하여 소규모 오피스 혹은 카페 등으로 임대를 맞추려고 하였으나, 칸막이벽이 내력벽이고 철거과정에서 많은 민원제기가 예상되었으며 구조보강에 대한 시공의 어려움과 신축공사 대비 실행비의 메리트가 낮다고 판단해 신축으로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다.

<신축으로 변경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였던 점>
– 수요자 예측 : 100m내 마포세무서가 있는 세무서상권이므로 오피스 임대를 예상
– 따라서 입면은 통창보다는 적절히 분할계획된 디자인으로 접근
– 대지면적 35평,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건축면적은 약 17.5평 → 엘리베이터를 놓으면 코어로 인한 전용면적의 손실이 상대적으로 과도하여 E/V설치는 배제
– 1층 바닥을 1m정도 다운시키고 완화된 일조사선을 적용하여 4층까지 층고를 조절하여 사선 셋백없는 매스계획
– 주변 건물과 대비되는 현대적인 마감재료

이 외에 추가면적을 위한 몇 가지 디자인 노하우들이 적용되어 약 4~5평을 추가로 확보하였다.

<1차 리모델링 검토 / 2차 신축 규모검토 / 3차 신축 디자인 수정안>

<최종 디자인 계획안>

건축학 전공자들은 흔히 건축을 논할때 도시와 건축의 맥락, 용도, 기능, 디자인, 디테일 등의 software를 위주로 다루지만, 사실 건축은 그 이후에 지진한 행정절차와 견적, 시공, 민원과의 싸움을 통해 완성된다.

이번 현장은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자주 등장한 강화도의 ‘멍때림 카페’ 와 연결된 ‘멍때림 채플’을 시공한 (주)엘드림에서 시공을 맡았다.
<명상의 공간으로 존재하는 멍때림채플[공간사용설명서], 리빙센스>

<멍때림 채플, 2024>

대지가 협소하고 민원이 잦았던 현장이었고, 특히 올 해 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무더웠음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현장에서 직접 목수반장, 전기/설비 팀장님들과 의견조율(이라 쓰고 싸운다라고 말하는) 과정을 맡아주신 엘드림의 조대표님과 윤이사님 덕분에 많은 디자인 디테일들이 현실화 되었고, 품질 또한 만족할만한 퀄리티가 나와주었다.

<3층 벽체 형틀 작업중, 240620>

<정면, 비계를 갓 벗은 모습 / 정면과 대비되는 골목길 안쪽 모습>

이제 수장공사가 마무리되고 약간의 부대공사를 하고나면 날이 더 쌀쌀해지기 전에 준공이 날 듯 하다.
철거부터 준공까지 약 8개월의 시간이 걸렸는데 짧으면서도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현장이다.
부디 좋은 임차인들과 매수자를 만나 오랫동안 잘 사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조금은 심심하고 정체되었던 골목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길 바란다.